다단계판매리포트

 


브루스 리... 당신은 장풍을 맞아보았습니까?

[Photo] 절권도의 창시자 브루스 리(이소룡)

존경하는 브루스 리.

당신은 비록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출연한 영화 용쟁호투 ( Enter the Dragon)를 보고서, 저는 무도를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린 당신의 능력에 감탄을 멈출 수 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절권도에 매료 되 버렸고, 그건 제 또래의 많은 다른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빛에서부터 물씬 풍기는 당신의 남성적 매력은 당신을 우리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브루스 리! 당신은 모르셨겠지만 저는 당신의 절권도를 너무나도 좋아했답니다. 그리고 제가 군에 있을 때, 늘 막연한 동경으로만 바라모던 당신의 절권도를 배우고자 했고 당신의 책을 통해서 그 뜻을 이루었습니다.그 책을 통해서 저는 '치사오'와 '발경'을 비롯하여 절권도의 뜻을 설명한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감탄했습니다. 지금도 당신의 강인한 눈빛과 무예에 대한 당신의 철학은 제 가슴 속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제가 오늘 하늘나라에 가 있는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를 띄운 데에는 큰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제게는 커다란 풀리지 않는 의문이며, 혹시 당신이 그 의문을 풀어줄 수 있을까 궁금하여 이렇게 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당신의 절권도에 심취해 있던 군인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해안 경계소초로 소대단위의 막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안 소초였지만 제가 있던 곳은 백사장이 아니라 깎아지른듯한 절벽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러한 고립된 환경은 무예를 수련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공간이었죠.

그러한 고립된 공간에서 제가 절권도에 빠져들어있던 무렵, 하루는 대대장님께서 소초를 방문하셨습니다. 전 소대원은 내무반에 정 자세로 앉아 대대장님을 맞이했고, 대대장님은 우리의 임무와 역할에 관해 강조하시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대대장님께서는 단학 수련에 심취해 계셨었습니다. 매일매일 대대장님께서는 단학수련의 생활화를 강조하셨고 우리 대대의 대대원들은 해안 소초에 투입되기 오래 전부터 취침전과 기상 후에 항상 단학 수련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설이 끝난 후 대대장님께서는 저희 소대원들에게 단학 수련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단학 수련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대대장님의 내공을 시험해 보이시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저는 정말 궁금했답니다. 도대체 어떻게 단학 수련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시겠다는 말씀이실까....

대대장님께서는 양쪽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저희 소대원들에게 갑자기 기를 보내시기 시작하셨답니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장풍을 날려보내는 자세로 말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대장님 가까이 앉아있던 우리 소대원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것은 엄연히 제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대원들의 쓰러짐은 점점 저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소대원들 중에 유일하게 저만 쓰러지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소대원들을 장풍으로 다 제압해버리신 대대장님은 유일하게 자신의 기에 저항하고 있는 저에게 양손을 향하시고 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셨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위에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절권도를 수련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대대장님의 단학 기공이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저는 끝까지 버텨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굳게 마음먹고 대대장님의 기공을 버텨내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대대장님이 그렇게 저에게 기공을 보내신 지 한참이 지나도 저는 대대장님의 아무런 힘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저는 허탈할 뿐이었죠. 그런데 그때 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땀을 흘리시며 제게 기를 날려보내고 계신 대대장님의 뒤에 서계신 소대장님께서 저를 바라보고 계시더군요. 그때의 그 소대장님의 눈빛은 제게 뭔가를 갈망 하는듯,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고 애처롭기도 한 참으로 기기묘묘한 표정이었습니다. 그 눈빛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갑자기 제 온 몸에 힘이 없어지더군요. 그리고 결국 저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때의 일은 아직 저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과연 30여명이나 되는 건장한 청년들을 차례로 쓰려뜨러 버린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은 대대장님의 단학 기공이었을까요? 아니면 혹시 눈빛만으로 사람들을 제압한다는 '섭심대법'이라는 것을 소대장님이 사용하신 것일까요? 도대체 그 보이지 않는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내가 왜 쓰러지고 말았는지 저는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루스 리! 당신은... 당신은 장풍을 맞아보셨나요?

문득 '취업할려면 보수주의자라 돼라?'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고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면접관들이 나에게 이라크 파병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나는 신랄하게 미국을 비판하고, 전투병 파병시 우리 청년 한 명이라도 이라크 내에서 사살된다면, 그 이후 노무현 정부는 지금은 보수 세력에 의해 두들겨 맞고 있지만 그때에는 개혁세력에게도 내팽겨치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머릿속에 문득 이러한 생각이 스쳤다. ‘실제 면접에서도 내가 이렇게 반동적(?)으로 나섰다면 떨어졌겠다’라는. 그러나 과연 내가 실제 면접에서 이렇게 당당히 내 소신을 굽히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함께 면접을 한 사람들을 보며, 어느새 그들 사이에서 약해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

- 취업할려면 보수주의자라 돼라. 오마이뉴스 -

[엔지니어]
2003-11-03 18: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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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
2003-11-04
06:59:23

 
하하하. 재미있는 글이군요.
아마 님께서는 자의식이 대단히 강한 사람인가 봅니다.
아니면 세상을 조금 단순하게 살 줄 모르는 바보(?)일지도 모르고요.
류한평박사의 책을 하나 읽었는데 님과 같은 사람이 최면효과가 떨어질 것 같군요.

저는 최면이 상당히 잘 되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그 최면이라는 것도 어떤 의도에서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소대장님의 섭심대법이 뭔지는 몰라도 감이 오는데 그것이 님을 쓰러뜨린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하기는 이 글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도 힘들겠죠.



엔지니어
2003-11-04
17:01:16

 
섭심대법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협지인 김용의 '영웅문'에 나오는 무공입니다. 위에 적힌 그대로 눈빛으로 사람을 제어하는 기술이죠.

그런데 평소에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시는 평상님님께서 최면이 잘 되는 편이라고 하시니 뜻밖이로군요. 저는 평상심님이 저보다 더 최면효과가 떨어지실 분인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를 소외감이....

그나저나 지금에 와서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그 소대장님의 표정에 대한 제 기억이 정확한가 하는 점입니다. 어쩌면 소대원들을 따라 쓰러져야 하는 저에게, 소대장님의 무표정이 무언가 오묘한 표정으로 보였을 수 있지요.

저 엔지니어는 제 자신의 기억조차도 다 믿지는 않는답니다.



평상심
2003-11-04
20:05:04

 
세상의 도구는 참과 거짓도 선도 악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말도 다단계에서 많이 하는 말들이기는 하지요. 사실 그들의 말은 끝이 다를 뿐이지 좋은 말이 많지요.

최면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말하는 최면은 자기최면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꿈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고 가치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즐거운 날이 될것이라는 암시를 무심결에 해보시기 바랍니다. 왠지 좋은 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 나는 어떠 어떠한 사람이다 혹은 될 것이다라고 꿈을 소중하게 가지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단계판매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보면 똑같은 자기최면을 하는데 왜 누군가 심어준 왜곡된 꿈을 자기꿈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진짜 그 꿈을 위해 인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저는 그들의 꿈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으니깐 말입니다.

님의 기억조차도 다 믿지는 않는다는 말씀 또한 참 공감이 갑니다. 사람의 추억이라는 것은 채색되고 또 채색되기 마련이죠. 이미 님이 올린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기억은 왜곡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깐 말입니다.

저는 님의 글에 많은 공감을 가졌는데 최면이라는 말 한마디에 소외감을 느끼셨다니 섭섭합니다. 언제 술 한번 사세요. 저는 술은 먹지는 못하지만 만날 기회가 된다면 제가 사드릴 수도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동시대를 살며 많은 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엔지니어
2003-11-06
09:04:59

 
사실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저는 이 기괴한 사건에 대하여 나름의 간단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대장님의 단학기공에 쓰러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뒤에 서계신 소대장님의 무언의 호소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작년 대전 즈음에 친구로부터 ‘역사의 죄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그것이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실패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맨 처음 칼럼으로 올린 글 ‘자전거와 대나무’에 나온 경험이 떠올랐고, 모든 수수께끼가 풀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그 필요성이 너무 간절할 때에는 오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대나무를 구입하러 오신 아저씨의 낡은 자전거를 아버지가 제게 사주시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처럼 다단계판매원 분들은 35%라는 수당 제한에 묶여 별다른 매력이 없어 보이는 다단계판매 시스템이 정말로 놀라운 성공의 기회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만약 그들에게 성공에 대한 갈망이 정말로 크다면 말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흘러가다 보니, 대대장님의 단학기공 사건에 대해서 새로운 의문이 생겼던 것입니다. 과연 소대장님의 그 눈빛은 나에게 ‘어서 쓰러져달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버텨달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인지 저로서는 알쏭달쏭 해져버린 것이죠. 왜냐하면 그 사건 이후에 소대원 가운데 아무도 그 기괴한 사건에 대해서 뭐라 말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섭섭해 하시지는 마세요. 평상심님이 작성해 주신 여러 칼럼들이 저를늘 감탄시켜 왔기 때문에 최면에 관한 생각도 저와 비슷하리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놀랐던 것이니까요.

^_^



lamp2you
2003-11-06
20:22:15

글이라는 것은 이래서 항상 오해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섭섭하다는 것은 농담이었습니다. 그 뒤에 말한 것 처럼 술은
못하지만 술이나 아니면 밥이라도 한끼 살 수 있다는 말을 위한 농담이었을 뿐입니다.
어쨌건 이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사이버세상에서 만나다니
정말 기쁩니다.



다단계가뭐야
2006-05-29
22:16:33

 
^.^ 저도 이글을 읽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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