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리포트

 


수통으로 이빨닦은 놈이 어떤 놈이야?

[Photo]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개인적 선택과 책임을 묻는 것은 바보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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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리! 당신은 장풍을 맞아보았나요?

1996년 가을, 저는 강원도 고성에서 군 복무 중 이었습니다. 고개를 넘다가 말이 주저 않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마좌리 고개, 그 고개 너머에 위치한 대대본부는 그야말로 첩첩산중, 민간인은 구경하기 힘든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상적인 군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릴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군 소속 잠수함이 침몰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강원도 전체의 군 부대가 발칵 뒤집혔고, 제가 소속된 사단이 동북방 마지막 철책선과 해안초소  경계 근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대대원 모두는 60트럭에 실려 무려 두 달 동안을 강원도 산하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진부령 꼭대기에서 최 전방 철책선, 다시 이름 모를 바닷가 해안초소를 거쳐 대대본부로 돌아오니, 떠나올 때 초가을의 모습은 사라지고 낙엽이 다 졌더군요. 그 때 정말 여한 없이 강원도 여행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제가 뭐 유달리 특별한 경험을 했다거나 제가 고생을 많이 했으니 알아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때 우연히 해안초소에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작전의 와중에 한번은 대대원들이 소대단위로 나뉘어 해안초소로 투입된 일이 있었습니다. 혹시 해안초소 근무를 해 보신 분이시라면 잘 아시겠지만 원래 해안초소는 1개 소대가 생활하기에 정말 딱 맞는 규모로 설계된 공간입니다. 한국군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지요. 미군 1개소대가 생활하는 규모라면 아마 그것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아무튼 1개 소대가 생활하도록 설계된 공간에 2개소대가 투입되어 생활을 하다 보니 정말 생활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막사 안에서 취침은 상상도 못할 일일 뿐만 아니라 먹는 것, 씻는 것, 심지어는 화장실 문제까지 모든 것이 비좁고 불편했습니다.

그러한 불편함 중에서도 오랫동안 씻지 못한다는 것, 심지어는 손을 씻을 시간마저도 모자란다는 것은 참 괴로운 문제였습니다. 밤낮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순찰과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도, 계급이 낮은 저는 이런저런 고참들의 잔심부름을 해야 했고, 어쩌다 시간이 나서 얼굴이라도 씻어볼 요량으로 세면장을 가 보면 마찬가지로 많은 병사들이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이러한 불편한 생활의 와중에 어느 날, 저는 조금이나마 여러 사람이 물을 쓸 수 있도록 수통에 물을 받아 밖에서 이를 닦고 있었습니다. 제가 세면장을 사용할 시간이 조금 짧아지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은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러한 제 모습을 본 고참 병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더군요. 일병 주제에 왜 수통에 물을 담아서 밖에서 이를 닦느냐는 거였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제대하고서 여러 군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들었던 한결 같은 대답은, 만약 자신의 후임병이 수통에 물을 담아 이를 닦고 있다면 자신도 화를 냈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그때의 제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군대란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이고 거기에 유연성과 신속함은 생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면장 시설이 모자라면 바닷물로 이를 닦던지 강물에 세수를 하던지 빠른 시간 안에 끝내는 소대가 잘 운영되는 소대이며 대책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대는 잘 못 운영되는 소대라고 생각합니다. 식량배급이 늦어지면 풀 뿌리를 캐 먹던지 뱀을 잡아먹던지 빠른 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하는 소대가 잘 운영되는 소대이고, 대책 없이 부식차량을 기다리는 소대는 잘 못 운영되는 소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 생각과 같은 사람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동생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들 가운데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제 경험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제 모습을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던 고참 병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왜 수통에 물을 담아 이를 닦는 것이 화를 낼 일이냐고 저에게 묻더군요.

그 친구는 군부대의 내무반 생활을 해 보지 않았기에 제 행동보다는 제 고참 병사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암웨이 코리아와 하이리빙의 판매원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주방세제를 판매하기 위해 어딘가에서 사기성 비교실험, 일명 ‘데몬스트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외부의 시각으로는 참으로 괴이한 짓이라는 것을 판매원들은 느끼지 못합니다. 심지어 판매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에서는 ‘데몬스트레이션’ 사진을 사고 팔기까지 하니까요. 조직에서는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일이, 조직 밖에서는 괴이하고 낯선 것, 심지어는 범죄행위가 됩니다.

다단계판매원 분들께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1997년 북한 잠수함이 침몰했을 때, 공작원들은 모두 육지로 탈출했고 (제가 두 달 동안 고생한 이유가 이들 때문입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모두 양지바른 한 장소에 모여 집단 자살을 했습니다. 죽음이 두려워 도망칠 법도 하건만 그들은 모두 줄을 맞추어 앉아서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의 선택은 북괴의 세뇌에 의한 비극적인 결과일까요? 아니면 그네들 개인의 책임일까요?

한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다단계판매에 뛰어들어 수 백 만원, 수 천 만원, 을 날리고 패가망신에 자살까지 하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 2003년 11월 7일자 기사에는 한 다단계판매원이 해수욕장에서 분신자살을 했더군요 )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다단계 시스템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그 사람 개인의 책임일까요? 아니, 조직 속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개인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일까요?  
[엔지니어]
2003-11-20 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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