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리포트

 


여우와 학

[Photo] 힘들게 정보를 공개해 놓고서도 정작 소비자에게는 필요없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형태로 공개하도록 한 공정위는 소비자들을 골탕먹일려는 작정인가?

[관련기사 ]

다단계판매업자의 정보공개에관한 고시

보도자료 본문

2004년 3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다단계판매업자의정보공개에관한고시 제정’을 발표하였습니다. 고시의 취지를 보면 다단계판매업자에 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다단계판매관련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면 업체의 매출액, 후원수당, 다단계판매원 수, 소비자불만 처리와 관련된 정보, 회사 연혁과 관련된 정보, 심지어는 업체의 신용평가 등급까지 참으로 다양한 항목을 공개하고 또 공개할 수 있도록(신용평가 등급의 경우 업체의 판단) 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 좋습니다. 다단계판매시장과 같은 극단적인 비대칭 정보시장에서 정보공개는 곧 시장이 정화되고 저질의 다단계판매업체나 저질의 다단계판매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공정위에서 이번에 정말 큰 일 해 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고시된 내용의 후원수당 지급내역 공개의 방식에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후원수당 지급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을 5단계의 퍼센티지별 지급 결과로서 공개하도록 한 것이 바로 그 점입니다. 도대체 왜 후원수당을 퍼센티지별로 공개하도록 했을까요? 그 힌트는 바로 ‘제정배경’에 나와있습니다.

 

'다단계판매업자의 정보공개에 있어서는, 공개대상 정보의 진실 성과 업체간 비교가능성이 관건이 되므로.. '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사항은 바로 ‘비교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되겠습니다. 공정위에서는 다단계업체별 정보를 비교하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단계판매업계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로서 업체간의 정보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업체별로 동일한 규격으로 그 내용만 바뀌어 5가지 항목으로 공개될 단순 데이터가 정보의 신뢰도를 검사하는 작업에는 용이할 것입니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만약 후원수당 지급내용이 직급별로 이루어 질 경우 천차만별인 업체별 직급을 모두 체크해야 하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정위에게 이렇게 편리한 데이터가 소비자에게는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다단계판매는 아웃바운드마케팅입니다. ‘아! 나도 네트워크마케팅 한번 해서 부자가 되어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서 수 백 개 업체별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체를 골라 선택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다단계판매원들은 우연히, 뜻하지 않게 특정한 업체의 제품과 사업을 소개하는 지인과의 만남을 통해 다단계판매업계의 소비자가 되고 판매원이 되는 것입니다. 업체별 정보의 비교 분석은 공정위에게나 필요한 데이터이지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는 무용지물인 것입니다.

또한, 자칭 다단계판매의 피해자라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대부분 ‘그 사업을 열심히 하면 한달에 얼마를 번다고 하더니 내 돈만 쓰고 말았다...’ 입니다. ‘상위 1퍼센트에 들어가면 얼마를 벌고 30퍼센트 안에 들어가면 얼마를 번다던데 그 안에 들어가도 별볼일 없더라...’ 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는 ‘과연 내 친구를 다단계판매라는 좋지않은 인식의 사업에 끌어들인 그 사람은 도데체 얼마를 벌고 있기에 미래를 선도할 네트워크마케팅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일까?’ ‘ 친구 말이 00직급에 올라가면 월 천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하던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이런 것들입니다. 퍼센티지별 후원수당이 필요한 소비자는 거의 없고, 퍼센티지별 후원수당이 궁금한 소비자도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 공개가 결정된 퍼센티지별 후원수당 내역을 통해 (업체별 비교가 아니라 지금 나를 리크루팅 하려는 친구가 소개해 준) 특정 업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결국 얻는 것이라고는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벌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버는구나... 이것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퍼센티지별 후원수당 지급 내역은 공정위에나 필요한 데이터일 뿐인 것입니다.

‘여우와 학’이라는 제목의 이솝우화 단편이 있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학과 여우가 서로를 초대하여 골탕 먹인다는 이야기 입니다. 여우는 학이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넓은 접시에 고깃국을 담아 내놓았고, 이에 화가 난 학은 다음날 여우를 초대하여 길쭉한 호리병에 고깃국을 담아 내어 멋지게 복수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로간의 골탕먹임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여우와 학’이라는 동화는 ‘학과 여우는 사이가 나빴어요…’ 로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애써 정보공개라는 훌륭한 일을 진행하면서 정작 정보가 필요한 소비자에게는 무용지물의 방식을 택했을까요? 공정위랑 소비자랑 사이가 나빠서 그렇습니까? 지금도 방영되고 있는 한 오래된 시트콤의 유행어 한마디를 해야겠습니다.

‘지금 나랑 장난 쳐~?’

[엔지니어]
2004-04-13 20: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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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칭정보와 다단계판매시장

엔지니어
2004/05/13

   진정 우리는 매트릭스를 벗어날 수 없는가.

엔지니어
200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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