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리포트

 


당황스러웠던 기억

2003년 무렵의 일입니다. 당시에 저는 다단계판매에 대하여 나름대로 알만큼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가끔씩 그러한 주제를 가지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지요. 하루는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관련하여 고교동창인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지요.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데 이용하기만 한다면 다단계판매가 꼭 나쁜 것 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그 대답으로 시장의 메이저 업체인 00사 판매원의 경우 소비자를 기만하는 비교실험을 하고,,, 판매원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경우 대부분 거짓 투성이이며… 어쩌고 저쩌고 제가 알고 있던 바를 열심히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 어머니 00 사업을 5년 정도 해 오고 계시는데..”

순간 당황스럽더군요. 너네 어머니도 비교실험을 할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뭐하고… 더 이상 아무런 할 말이 없더라는 말입니다. 본인의 일도 아니고 어머님의 일인데 말입니다.

그때 저는 다단계판매원의 행동양식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지요. 그들이 사재기를 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왜 그들이 사재기를 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불가능 했었죠. 다만 그것이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사재기가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 해 주는지 설명하는 것은 그 당시의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었습니다.

다행히 2003년 무렵에 저는 이미 다단계판매시장의 문제가 업체나 판매원들의 도덕성(경제학 용어인 ‘도덕적 해이’와는 다른 일반적인 용어의 도덕성을 말합니다.)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판매원들의 비교실험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 구조가 무엇인지 설명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는 그 정도에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그때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다단계판매원들은 진짜 인간성이 못된 것들이다. 세제 하나 팔기 위해 사기를 치지 않나… 지들 사업 관심 없다고 하면 꿈이 작네 어쩌네 헛소리를 하지 않나… 하여간 상종 못할 인간들이지….”

아마 친구와의 대화가 위와 같은 표현으로 이루어졌다면 정말 난처했을 것입니다. 그때 이미 경제인을 도덕성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표현을 삼가고 있던 것이 저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지요.

그때의 대화 이후 그 친구와 아직 한 번도 다단계판매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 친구의 어머님은 아직 다단계판매원 활동을 하고 계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난처했던 경험은 제가 더더욱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경험이었죠.

아직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가운데에는 다단계판매원들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간 군상들로 생각하고 계시는 분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분들도 다 여러분의 친구, 혹은 동생, 혹은 형, 혹은 언니, 혹은 누나. 혹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 혹은 친구의 어머니, 혹은 친구의 아버지, 혹은 친구의 동생, 혹은 큰아버지, 혹은 큰어머니, 이모, 삼촌, 이런 분들이십니다. 다단계판매업체의 임직원 분들이나 업체의 사장 분들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도덕적인 것인지 비 도덕적인 것이지 보다는 왜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엔지니어]
2005-02-23 06:58:49
   



평상심
2005-02-24
07:04:17

저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통신다단계인 D다단계 안티싸이트에서 열심히 글을 올리곤 했는데 십오년 만에 만난 친구가 그 다단계에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 사장이더군요.

예전 같으면 도덕을 문제 삼았을 텐데 암웨이를 도입한 사람과의 설전이 있고난 이후였으므로 다 이해를 했지요.

그래도 친구는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니 다행 아니겠습니까? 100만원 소비자가 제품을 10만원에 구입해서 10만원 자기가 이익보고 납품한다더군요. 더구나 다단계회사와 거래는 90%이상이 현금결제랍니다....

어쨌든 예전 같으면 열변을 토했을 안티의 입장에서 조금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그 친구(고등학교 대학교동문)와 관계가 서먹서먹해 질 뻔 했네요.



엔지니어
2005-02-24
08:50:16

 
많은 분들이 지인들의 다단계판매활동을 어떻게 말려보려고 업체나 판매원들의 비 도덕적인 행태를 여러 방법으로 알아보고 또 그렇게 알게 된 사항들을 알려주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러한 방법들은 관계만 서먹해 질 뿐 별달리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익이 기대되는 경우에는 도덕적인 가치를 무시하려는 것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향이니까요.

사업소개를 위해 거짓말로 유인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홈 미팅에서 사기성 비교실험을 시연하는 분들에게 도덕적인 가치를 이야기 하는 것은 소 귀에 경읽기에 다름아닌 것이 되고 말 테니까요. 예전에 어떤 안티분도 이렇게 말씀하셨었지요. “우리 같은 반다단계맨들의 입장에서는 사필귀정의 도덕적인 책임, 과거, 쓰레기 같은 책 등은 전혀 관심밖입니다.”

이러한 분들과의 도덕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서로간에 감정만 상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험에 대한 태도는 위험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엔지니어
2005/02/24

   역사의 아이러니? 혹은 역사의 되풀이?

엔지니어
200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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