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리포트

 


거대담론과 합리적인 경제인 그리고 천박함

[Photo] 그건 다 오류야. “이 시대는 총체적으로 가고 있는가” 따위의 소리들… 이런 걸 쓰지 말라고.

10년도 더 오래 전에 유행했던 개그가 있습니다. 세 친구가 술집에서 부부싸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말하죠. “난 부부싸움 같은 거 안해, 사소한 문제는 항상 아내가 결정하고, 아주 중대한 문제의 경우는 항상 내가 결정하니까.”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아내가 결정하는 사소한 문제는 대략 어떤 거지?” 친구는 이렇게 답합니다. “ 예를 들어서, 거실에 놓을 TV를 산다던가… 여름휴가의 여행지를 결정한다던가, 집을 사는 것 등등이 사소한 문제지…” 그러자 친구들이 다시 묻습니다. “그럼 자네가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는 뭔가?” 친구는 이렇게 답합니다. “ 예를 들어서 환경위기라던가, 핵 문제, 이런 것들이 정말 중요한 문제지. 이런 건 항상 내가 결정해.”

위의 개그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이유는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대담론보다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거대담론이라는 것은 주로 술자리의 안주거리로만 사용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경제위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만 실상 그 이유는 자신의 수입의 변화 때문이고 또한 부동산가격 폭등현상을 비판하는 분들도 기회가 되면 부동산을 통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고 하지요. 유난히도 정신적인 결벽증이 심한 ‘김훈’같은 분들은 이러한 연유로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경멸하기도 합니다.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위선적이며 대중을 기만하는 술수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겨레21 쾌도난담의 ‘김훈’편의 일부를 발췌해 보겠습니다.

김훈: 거대담론은 다 오류야

최보은: 거의 대부분은 아니에요.

김훈: 한겨레 기자들은 거대담론을 하지 말아라. 제발.

최보은: 일상에서 출발하라는 얘기죠?

김훈: 거대담론, 가치판단, 선악, 정오… 이런 거 매일매일 판단하잖아. 이것도 시건방진 수작이고. 일단 ‘존재’를 판단해야 해. 이것이 옳느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전에 “이것은 무엇이냐”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고. What is this! 존재판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가치판단을 유보해야 하고… 무엇보다 거대담론을 하지 말아야 해.

최보은: “거대담론을 하면 안 돼”라는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대담론을 하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거대담론이란 건 커다란 철학 아니겠어요?

김훈: 그건 다 오류야. “이 시대는 총체적으로 가고 있는가” 따위의 소리들… 이런 걸 쓰지 말라고.

- 김훈. 한겨레21 쾌도난담. -

갑자기 ‘거대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한국마케팅신문의 '애국기업 하이리빙 집단 해외골프 여행’이란 제목의 기사 때문입니다. 기사내용을 보겠습니다.

국채보상운동을 내걸고 다단계 판매 사업을 벌여 오던 (주)하이리빙의 마스터(연봉 약4천 만원) 이상 사업자들이 중국의 상하이로 골프 여행을 떠난다. 오는 4월 11일로 예정된 골프 여행은 '제1회 하이리빙 아마추어 골프 대회'의 형식으로 치러져 금년뿐만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0 명 이상의 사업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행사에는 '하이리빙 사업은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라는 회원 교육용 오디오 테잎을 제작하기도 한 김모 오너까지 동참할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 서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사업을 확장해온 (주)하이리빙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행은 연 2회의 정기적인 해외 여행과는 상관이 없는 별도로 기획된 여행이며 이 외에도 각 리더라인에서 실시하는 부정기적인 골프여행, 스키여행 등의 낭비성 호화여행을 벌이고 있어 국채보상운동, 물산장려운동 따위의 구호가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 한국마케팅신문 2005년 4월 11일 -

다단계판매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거대담론을 유난히도 자주 듣게 됩니다. 우선 다단계판매가 무엇인가 설명하는 과정에서부터 거대담론이 시작되지요. 광고비를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이와 같은 표현이 적용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돈을 광고비로 사용했을 때 더 많은 매출이 달성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서도 다단계판매업체들이 광고비를 돌려줄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그와 같은 표현은 다 허위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광고를 해도 별 소용없는 품질의 제품이기에 연고판매와 사재기를 기대하고 다단계판매시장으로 재화가 공급되는 것임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합리적인 경제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유추되는 것이지요.

이것 말고도 다단계판매시장의 거대담론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 네트워크마케팅의 차이를 설명하는 문서들은 웹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고, 내일이라도 당장 소비자네트워크의 세상이 열릴 것처럼 표현하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외국계 다단계판매업체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도 한다고 표현하며,,, 국내 업체들은 외국계 다단계판매업체의 외화유출을 성토하며 애국심에 호소하곤 하지요. 하지만 시장을 오래 주시하다 보면 이러한 거대담론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입장을 미화하기 위한 궁색한 표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피라미드와 다단계, 네트워크마케팅의 차이를 설파하시며 책도 저술하신 분은 소속되어 있었던 업체와 이익관계로 소송을 진행하고,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를 부여한다며 신규 디스트리뷰터를 리크루팅하시는 분들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비교실험의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하고 거래하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며, 그러한 다국적 다단계판매업체의 비교실험의 사기성을 성토하던 국내 제조업체는 유사한 다단계판매업체를 설립하여 동일한 비교실험을 실시하는 판매원 집단을 양성하는 맞불작전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요.

한국마케팅신문의 기사에서는 이와 같은 궁색한 현실을 접한 판매원의 딜레마가 잠깐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사업설명을 들었을 때 하이리빙의 국가관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 였다. 그런데 상위 직급자들이 고가의 외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며 자랑스레 떠벌이는 것을 보고 너무 천박스럽게 느껴졌다."

- '애국기업' 하이리빙 집단 해외골프 여행. 한국마케팅신문. 2005년 4월 11일 -

어떤 분들은 위와 같은 주장에 동조하실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 천박스러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합리적인 경제인을 부정하는 것이 천박스러운 것이며 허위의 의식인 것이지요. 김훈씨는 모든 ‘거대담론’을 다 ‘오류’라고 표현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거대담론을 알 수는 없으니 김훈씨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경제인’을 부정하는 것은 확실히 ‘천박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를 준다는 표현은 천박한 것 맞습니다. 너를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라는 표현도 천박한 것 맞지요. 돈 번 다는 말을 듣고 투자했는데 돈 못 벌었기 때문에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천박한 것 맞습니다. 천박하거나 혹은 코메디지요.

[엔지니어]
2005-04-07 2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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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베스트…. 이걸 꿈에서 본 것 같아…..

엔지니어
2005/04/09

   대학생 학자금대출한도가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엔지니어
20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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