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리포트

 


시민단체의 공제조합 해체 '환불보증금 제도' 부활 주장 왜 나오나?

2007년 2월 5일 서울YMCA는 YMCA 친교실에서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YMCA측에서 밝힌 이 공청회의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JU 사건 등 희대의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다단계판매를 규율하는 법률의 허점 때문이며, 그간 논의는 많았으나 시장 규제에 관한 팽팽한 찬반논쟁에만 머물러 진전이 못돼온 결과가 지적되고, 연고관계와 사행성에 기반 한 다단계판매 근절 및 소비와 판매 정상화를 통한 다단계판매 유통질서 확립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 서울 YMCA 2007년 2월 5일 -

 

흥미로운 점은 이날 공청회에서 YMCA측이 공제조합의 해체와 공제조합의 역할을 대체할 환불보증금 제도의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서울YMCA측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실효의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공제조합은 해체시키고 공정위 주도의 행정업무를 지자체와 분담,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며 환불보증금 제도 부활 등 제3자의 보증관리를 통한 신뢰와 안정을 기해야 한다.

- 서울 YMCA 2007년 2월 5일 -

 

과연 2007년 현재의 다단계판매시장에서 공제조합의 역할을 대체할 제도로써 ‘환불보증금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거 ‘환불보증금 제도’가 실제로 운영되던 시기에 상황을 당연히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필자는 ‘환불보증금 제도’와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구제금융 이후 다단계판매회사의 폐업이 잇따르는데도 회사의 파산 때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95년 도입한 환불보증금제도가 서울시 등의 주먹구구식 관리로 지금까지 단 한건의 환불실적도 없는 등 겉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4월 한달간 다단계판매회사가 공탁한 환불보증금 규모는 상위 76개사만 더해도 43억8330만4천원이다. 따라서 매달 매출액의 2~50%씩 3개월치를 공탁해야 하는 방문판매법에 따라 적어도 120억원 이상 규모의 환불보증금이 단 한차례도 피해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 다단계 환불보증금 120억 낮잠. 한겨레신문. 1998년 5월 24일 -

 

더더욱 흥미로운 내용은 위의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현재 방판법 개정 분위기를 촉발한 제이유네트워크의 주수도 회장이 과거 경영하던 다단계판매업체 ‘일영인터내셔날’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기사의 나머지 부분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회사가 폐업 전 미리 환불보증금을 빼가는 사태가 발생하는데도 이를 파악조차 못하는 등 관리소홀로 피해자가 환불보증금을 찾기 위해서 은행과 소송을 벌여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실제로 지난 1월 폐업한 다단계판매회사인 일영인터내셔날은 외환은행 등과 4억원대의 환불보증금 지급보증계약을 맺었다가 휴업중인 지난해말 이를 모두 찾아갔다.

40여명의 피해자가 대책기구를 구성해 서울시에 찾아가자 시는 뒤늦게 은행쪽에서 서울시의 지시 없이 환불보증금을 빼준 것은 잘못이라며 은행쪽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은행은 은행대로 회사쪽에서 지급보증계약서 원본을 제시해 이를 내줄 수 밖에 없다고 버텨 24일 현재 서울시의 자체감사와 은행감독원의 조사까지 실시됐지만 결론은 피해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소송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계약서와 청약철회서만 있으면 약식재판으로 환불이 가능한 환불보증금제도가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돼버린 것이다.

- 다단계 환불보증금 120억 낮잠. 한겨레신문. 1998년 5월 24일 -

 

1998년의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제이유네트워크의 주수도 회장이 과거 경영했던 ‘일영인터내셔날’은 ‘환불보증금제도’의 부실한 운영과 이에 따라 판매원들이 곤경에 처하고 말았던 사례로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이유네트워크의 등장과 몰락의 과정에 나타난 피해자들에 의해 촉발된 2007년 방문판매등에관한 법률개정 논의에서 ‘환불보증금 제도’를 부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시민단체에서 공제조합을 해체시켜버리고 위와 같이 있으나마나 한 제도로 혹평을 받았던 ‘환불보증금 제도’를 부활시키자고 주장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공제조합의 운영은 다단계판매시장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을 축소시켰다는 점입니다. 과거 공제조합이 운영되기 전의 상황에서 업체가 판매원의 환불을 거부할 경우 시민단체가 개입할 여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제조합이 운영되면서 환불 가능 여부가 명확해 지자 시민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상당부분 사라져 버렸습니다. 환불 조건이 갖추어진 재화에 대하여 공제조합이 환불을 해 주는 한 시민단체가 개입할 사안은 없는 것입니다.

둘째 다단계판매시장의 혼란은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화시킨다는 점입니다. 과거 ‘환불보증금 제도’가 운영되던 시기에 YMCA에서는 다단계판매업체 SMK의 환불보증금을 찾아가자는 ‘환불보증금 반환청구’를 접수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기사 내용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불법 다단계판매행위로 물의를 빚은 다단계판매회사 승민코리아종합유통(SMK)에 대한 전 판매원들의 환불보증금 반환청구가 빗발치고 있다.

5일 대전 기독교청년회(YMCA)에 따르면 청년회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 지역 기독교청년회와 함께 승민코리아 전 판매원들을 상대로 환불보증금 반환청구를 접수한 결과 지금까지 전국에서 250여명이 신청해, 7억여원의 보증금을 받아냈다.

- SMK 환불보증금 찾아가세요. 한겨레신문. 1999년 3월 5일 –

 

위의 기사내용과 같이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개입할 여지는 넓어집니다. 2007년 2월 5일의 방문판매등에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시민단체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유 또한 제이유네트워크의 등장과 몰락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에 원인이 있듯이 말입니다.

셋째 공제조합 해체 주장은 다단계판매시장과 관련한 두 가지 상이한 집단에게 상이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선 ‘공제조합’이나 ‘환불보증금 제도’등의 현실과 장단점을 알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시민단체의 공제조합 폐지 주장은 올바른 시민운동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음으로 다단계판매시장과 관련한 주체들에게 공제조합 폐지 주장은 자신들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됩니다. 실제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메시지 전달의 효과는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넷째 공제조합 해체 주장이 어떠한 최종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상관없이 시민단체에게 손해는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공제조합이 해체되고 판매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시민단체의 위상은 강화됩니다. 또한 이 상황에서 혼란의 책임은 ‘환불보증금’제도를 운영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에 물으면 됩니다. 반면 공제조합을 해체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이유네트워크와 유사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을 시 시민단체는 다시 한번 공제조합의 해체를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장의 혼란이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든지 상관없이 내 자신의 전략 중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가져다 주는 전략을 게임이론에서는 강우월전략(Strictly dominant strategy) 이라고 부릅니다. 다단계판매시장에 관련된 주체들, 예를 들어 공정거래 위원회나 양 공제조합 그리고 각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어떠한 대응을 해오던 간에 상관없이 공제조합 해체와 ‘환불보증금 제도’의 부활 주장은 시민단체에게 보다 높은 보수를 가져다 주므로 이러한 주장을 하는 시민단체의 전략은 강우월전략입니다.

2007년 2월 5일의 공청회에서 시민단체는 공제조합 해체와 ‘환불보증금 제도’의 부활뿐만 아니라 기간에 상관없이 환불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이 주장의 전략적 의미나 주장이 관철되었을 때의 결과는 공제조합 해체나 ‘환불보증금 제도’의 부활보다 더 흥미로운데 이는 여러분들 각자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엔지니어]
2007-03-11 17:53:47
   



젖은낙엽
2007-03-11
20:50:09

 
"다단계판매의 방법으로 재화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다단계판매원은 다단계판매업자에게 재고의 보유를 허위로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재화등의 재고를 과다하게 보유한 경우,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재화등을 훼손한 경우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일에 상관없이 서면으로 당해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등을 할 수 있다."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제 17조 2항'이 상기와 같이 개정이 된다면 판매원의 사재기는 줄어들 것인가? 또는 판매업자의 '프로모션' 시행이 위축될 것인가? 혹은 판매원 활동을 그만둔 이들의 더 많은 구제가 이루어 지겠는가?

예전에 '캐쉬 스파이더'의 창업주가 "판매원의 청약철회 기한을 20 일로 줄이면 반품기한이 줄어들기에 판매원들이 불과 20 일만 지나면 반품도 하지 못할 제품을 사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주장을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 '공정거래 위원회'에 정책으로 제안하기까지 하였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2005년도 경이었는데 이를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재밌는 해석이 나옵니다. (웃음)



과쵸
2007-03-15
17:46:12

 
시민단체의 헤게모니 강화를 위한 전략적 주장이라는 말씀이신지?



젖은낙엽
2007-03-31
17:51:38

 
현존하는 질서중에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면 '헤게모니'가 나쁠것도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반품기한과 사재기의 여부가 개연성은 없지만 '청약철회'에 있어서는 반품기한의 여부가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업계의 동의가 수반되지 못한다면 그리 녹록치가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공정위 '김홍석' 특수거래 팀장조차도 “당시 공탁금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 현 제도를 만든 것이다."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까요.



젖은낙엽
2007-03-31
18:10:53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업계측이나 결국 자신들과 이해가 맞는 국회의원을 내세워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국회법 제 79조'에 의거하여 정부와 국회의원만이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국회법 제 79조 제 1항'에 의거하여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안을 발의할 수 있고 이렇게 발의된 의안은 국회에 접수되어 '상임위원회'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겠지요.

고진화 의원(한나라당)을 앞세운 '시민단체'측과 임종인 의원(무소속, 전 열린우리당)을 앞세운 업계측의 '헤게모니'에 있어 어느쪽의 승리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제가 볼 때는 양측이 모두 승리하지 못할 확률도 의외로 높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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